1) 호감
호감이란 상대방에 대하여 갖는 긍정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호감은 사람들 간의 사귐의 전제조건이 된다. 물론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아도 특정 목적을 위해 사람을 사귈 수는 있다.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조건들과 호감에서 출발한 사귐이 지속되거나 파경에 이르는 과정에 관한 현상들을 살펴보자.
(1) 호감의 조건
물리적 근접: '자주 보면 정든다'는 말이 있듯이, 물리적으로 멀리 있는 사람보다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끼리 호감을 갖기가 쉽다. 가까이 살게 된다면 만날 기회가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자주 만나는 사람들끼리는 모든 면에서 서로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고, 잘못을 한다 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줄 것이라는 신념이 형성되기 때문에 거리상 가까이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된다. 또한, 얼굴이 익숙한 사람을 낯선 사람보다 더 호감이 가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은 자주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얼굴이 눈에 익게 된다. 그러므로 더 쉽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침 출근길의 버스정류장에서 항상 만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친숙성 효과에 기인한다. 사람을 자주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나 습관을 잘 알게 되므로 그 사람의 행동을 잘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사람에 대해 행동의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안심이 되어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된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다는 것이 그 자체로 호감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만남을 가진다면 상대방의 행동이 예측 가능해지며, 친숙하게 되므로 이것이 호감을 증가시키게 만든다.
유사성: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난다는 말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비슷한 사람들끼리 관계를 맺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서로 상반되는 특성을 갖는 사람들이 만나면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이론 중에는 어떤 이론이 맞을까? 연구에 의하면 태도나 종교, 가치관, 또는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호감을 더 갖게 되고, 서로 호감이 생기기 때문에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삶의 태도나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자신과 유사한 태도나 가치관을 갖는 사람들은 곧 자신이 세상에 대해 판단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수긍하고 찬성하는 사람들이므로 서로를 이해하는 데 좀 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로 성향이 정반대인 사람들은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연구에 의하면 두 사람이 한 팀으로 활동하게 되는 경우, 그 활동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일 때에는 상반된 성격의 사람들이 서로 잘 맞는다고 한다. 즉 결혼에서의 남녀관계나 직장에서의 상하관계 등과 같은 경우에서는 상호보완성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배적 성격의 여성은 온순한 남성을 만난다면 이들의 결혼생활은 아주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외모: 얼굴이나 몸매가 매력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호감을 얻는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사람들은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에 대해서 외모 이외의 다른 면에서도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면, 미모가 뛰어난 여성은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사교적이고 성격이 완만할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방면에서 뛰어날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것을 '후광효과'라고 하는데, 후광효과의 예로 여성의 외모를 들 수 있다.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이 소개팅을 하게 되면, 대부분 남성들은 이 여성에 푹 빠지며, 여성이 말을 할때마다 반응이 좋다. 그리고 그 여성이 가지고 있는 한 두가지 결점은 쉽게 눈 감아주고 남자들이 구애를 하게 된다. 반면에 못생긴 여성이 소개팅에 나온다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 여성의 한 두가지 결점도 못마땅해 하며, '못생겨서 성격도 안좋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커플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이성이 봤을 때 외모 자체가 성적인 매력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동성이든 이성이든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후광효과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친절하고 예의 바르고 유능한 사람을 좋아한다. 잘생긴 사람은 후광효과로 인해 그러한 좋은 특성을 갖추고 있으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결국 호감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능력: 외모가 못생긴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이에 대한 근거로, 유능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호감을 더 많이 받는다는 연구 결과들을 들 수 있다. 또한 어떤 연구결과에 의하면 능력이 적은 사람이 실수를 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 호감이 떨어질 수 있지만, 능력이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실수가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왜 그런 것일까? 이것은 유능한 사람이 약간의 실수를 하게 되면 이 사람이 굉장히 인간적인 사람으로 느껴져 호감이 더 생기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유능한 사람일수록 이 사람에게 도움 받을 일이 많다고 생각할텐데,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면, 도움을 요청할 경우 부탁을 거절할 리 없다고 생각하여 더욱 더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만히 누워서 TV를 보는 등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능력을 더 쌓는 일에 몰두 하도록 하자.
(2) 사귐의 지속과 파경
호감으로부터 시작된 관계가 지속적 사귐으로 바뀌는 과정을 사회적 침투라고 한다. 알트먼(Altman)과 테일러(Taylor)라는 심리학자는 사회적 침투 과정을 쐐기가 박히는 모양에 비유하고 있다. 공유하는 생활영역이 넓어지고 보다 깊은 비밀스러운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씩 공개를 하게 되면서 두 사람 간의 관계는 점점 깊어지게 되고, 친밀한 사이로 된다는 것이다. 역으로 말한다면 사귐이 깊어짐에 따라 서로 공유하는 생활영역이 넓어지고 자기 공개도 많아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비밀스러운 부분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자기 공개'라고 하는데 자기 공개가 되어야 친밀한 관계로 접어들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자기 공개를 빨리 할수록 더 빨리 친해질 것인가? 연구에 의하면 자기 개방은 상호성에 입각하여 주의 깊게 상대방과 진도를 맞추어 가면서 할 때 사귐의 진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너무 강렬하게, 너무 빨리 다가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보다는 불안과 경계심을 갖게 된다. 생각해보라. 알게 된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자신에게 접근하여 과하게 친밀감을 표시한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반면, 한쪽은 마음의 창을 열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계속 닫고만 있다면 사귐이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남성이 어떤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구애를 하지만 그 여성은 이 남자와 사귈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이 관계가 이어질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사귐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끝낼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작용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사회 교환 이론에 따르면 어떤 사람과의 현재의 사귐에 대한 만족 여부는 자신이 이 정도면 만족한다라고 생각하는 수준, 즉 비교 수준에 비해서 높은지 또는 낮은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현재의 사귐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혹은 끝낼 것인지 여부는 다른 대안이 있는 것인지에 달려 있다. 다른 대안이 있다면, 현재의 사귐과 다른 대안의 효용성을 따져볼 것이며 둘 다 사귀지 않던지, 현재의 사귐을 유지할 것인지 혹은 다른 대안을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내리려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다 하더라도 보다 더 나은 대안이 나타나면 현재의 관계는 청산하려고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한 여성이 어떤 남성과 교제를 하고 있지만 훨씬 더 나은 조건을 가진 남성을 만나게 되어 이 남자와 사귀게 된다면 기존 남성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 있다. 반대의 이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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