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행동에 대한 남녀 간의 차이

성 행동에 대한 남녀 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이론들은 생물학적 입장을 지지하는 것들과 사회문화적 입장을 지지하는 것들로 이분된다. 전자는 본질론(essentialism)이라고 부르는데, 진화론이나 사회생물학 이론 등이 여기에 속한다. 후자는 사회영향(social influences) 이론 또는 사회 구성론(social constructionism)이라고 부르는데, 사회학습이나 역할, 각본(script) 이론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본질론자들은 성욕을 인간의 타고난 속성이라고 보기 때문에 생물학과 진화론적 결정인자를 강조한 반면, 문화의 역할을 무시해 버린다. 그들은 유전자나 호르몬을 비롯한 다른 생물학적 과정들을 성 행동의 주요한 결정인자들이라고 본다. 본질론은 근래에 버스 등(Buss & Schmitt)의 진화론 이론이 응용되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인간의 성적 동기가 자연도태의 과정에 의해 유전자를 통해서 전달되고 있으며, 남녀의 성욕 차이는 바로 종족보존의 책임이나 신중함에 대한 차이와 연결된다.

예를 들면, 성적 자극에 대해 여자보다 남자가 더 쉽고 빠르게 흥분하는 이유도 여성에 비해 부모로서의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부모로서의 투자를 많이 못한 남성들의 최적의 종족보존전략은 가능한 한 많은 여성을 수태시켜 종의 생존을 보장하는 길이다. 곧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주 쉽게 또 가지리 않고 흥분해야 한다. 부모로서 투자를 많이 하는 여성은 아무런 상태에서나 흥분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서의 투자를 함께할 수 있는 남성, 즉 사귀거나 결혼한 남성에게만 흥분한다. 그래서 시각적인 성적 자극이 남성에게 쉽게 흥분을 유발하며 포르노도 남성의 시각적 흥분을 위해서 발달했다. 상기의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진화론이나 사회생물학자들은 성적 자극에 대한 반응 차이가 최적의 종족번식 전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종족번식 전략은 자연도태와 같은 원리에 따라서 진화과정에서 유전된다. 이로 인해 성적 태도 및 행동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진화론 입장에 의하면 남녀가 부모 역할을 하는 데에는 투자 정도가 다르다. 여성은 난자 수도 한정되어 있고 9개월의 어려운 임신 시기부터 아동기 초기까지 수유나 양육, 보호에 대한 책임을 떠맡는 등 부모로서의 투자를 한다. 반면에 남성은 많은 정자를 생성해내지만 부모로서의 투자는 별로 하지 않는다. 다윈의 자연도태에 의하면 남성은 부모로서의 투자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여성과 어깨를 겨루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더 공격적이고 성욕도 더 강한 상태로 여성과 맞선다. 반대로 여성은 부모로서 투자를 많이 하는 남성, 즉 자녀에게 가장 훌륭한 유전자를 전해 주면서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를 찾게 된다. 이러한 남녀의 차이는 여러 문화권을 비교한 연구에서 증명되었다.

생물학적 결정이론들과는 달리 성적 태도나 행동에 대한 사회적 영향을 강조한 사회 구성론의 용어는 버거 등(Berger & Luckmann)의 '사회 구성론의 실체'라는 저서가 발간된 이후 널리 사용되었다. 버거 등은 저서에서 실체는 궁극적으로 분자나 원자들로 구성되었다는 일반적 견해에 반기를 들면서 실체의 형태를 형성하는 사회 과정을 강조하였다. 이를 성에 응용할 때 성 행동이나 태도에서의 차이는 모두 문화나 사회화, 상황적인 영향 등에 의해 학습된 결과이다. 사람들의 성행위나 성욕은 주로 사회적 맥락에 달려있는데, 성적 자극에 대한 평가는 그 자극에 관계된 부적 또는 정적 감정의 유발 강도에 달려 있다. 개인의 사회화 과정에서 처벌이나 보상의 결과에 따라 나중에 유사한 상황에서 부적 또는 정적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면, 성기 부위에 손을 대거나 바닥에 엎드려 있던 여아가 부모로부터 혼났을 경우 그 여아는 그러한 경험이 없었던 남아와는 다른 성적 기준을 구성하면서 살아간다.

서로 대비되는 상기의 두 가지 이론으로 성차, 예를 들면 성적 환상의 성차를 설명해보자. 첫째, 사회생물학 이론에서는 그 성차를 남녀가 성숙할 무렵 차이가 생기기 시작하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으로 설명한다. 사춘기 이전에는 남녀의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수준 차가 별로 없지만, 그 이후 남성은 10~20배 정도 증가한 반면, 여성은 두 배 정도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15~17세 사이의 남학생을 상대로 한 연구에서 다른 호르몬은 그렇지 않았는데,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성적 환상의 빈도와 관계가 매우 높음을 보여 주었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15~17세의 여학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에스트로겐(estrogen)이나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등은 그렇지 않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성적 환상 빈도와 관계가 매우 높음을 보여 주었다. 이와 같은 관련성은 실험 연구에도 밝혀졌는데,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의 수준이 정상인 남성은 호르몬 수준과 성 행동의 관계가 크지 않았지만, 그 수준이 매우 낮았던 남성은 성적 동기나 환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자궁적출술(hysterectomy)을 받고 폐경을 경험하게 된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했을 때 생리적 반응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성적 환상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둘째, 사회영향론에서는 성적 환상의 성차는 남녀가 서로 다르게 사회화되었다는 점으로 설명한다. 여성은 남성이 성행위를 요구할 때에만 응해야 하며 남성이 요구하더라도 약혼이나 결혼 등 허용된 관계 내에서만 반응하도록 가르쳐 왔다. 또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하라고 가르쳤으며, 나쁜 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가르쳤다. 다양한 파트너를 상대할 경우 남성은 종마처럼 우월한 존재로 부각되지만, 여성은 더러운 존재로 취급된다. 사회문화적 이론에서는 부계사회를 존속시키기 위하여 어성의 성은 결혼 관계 이내로 제한하는데, 이는 남성이 자신의 자녀가 가계나 재산의 상속자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