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의 어원
성(性)을 논할 때 영문의 섹스만을 연상하거나 또 섹스를 오로지 성기나 성행위하고만 관련시키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섹스의 진정한 의미는 2400여 년 전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고대 아테네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플라톤의 「대화」 중 <향연( symposium) 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수록되어 있다.
아리스토파네스 시절에도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서 자주 비난했다. 그래서 그는 "왜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가?" 또 "왜 사랑하는 남녀를 억지로 헤어지게 하면 서로 애타게 그리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그는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답으로 인간과 신들이 공생했다는 신화를 지어냈는데, 신화 속에는 사람의 모습이 세 유형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들 세 유형은 태양의 자손인 남자, 땅의 자손인 여자, 달의 자손인 양성체 인간이었다. 남녀가 한 몸을 이룬 채 태어난 양성체 인간은 큰 머리 하나에 얼굴이 양쪽으로 있다. 곧 두 사람의 머리가 합해있어 보통 사람에 비해 정신능력이 더 뛰어날 뿐만 아니라, 앞뒤에 붙어 있는 네 개의 눈으로 사방을 볼 수도 있었다. 또 네 쌍의 손발 때문에 보통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신체 능력을 소유했다. 정신으로나 신체적으로 뛰어난 까닭에 양성체 인간은 보통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교만했으며, 역시 신들과의 관계에서도 오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다. 타고난 능력이나 ㅅ니분에서 신과 인간은 주종관계를 이루었기에 양성체 인간은 신들의 눈에 항상 거슬리는 존재였다. 그래서 신들은 양성체 인간을 만날 때마다 기분이 상한다고 불평했다. 결국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은 양성체 인간이 교만한 이유가 바로 신체와 정신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는 점을 인식하고서,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는 그 능력을 경감시키는 단안을 내렸다. 결국 남녀로 합해진 몸을 보통의 남자와 여자로 갈라 버린 것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 이후 양성체 인간은 몸이 아예 남녀로 구분된 상태에서 따로따로 태어나게 되었으며, 나중에 그들이 만나게 되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아리스토파네스 신화는 희랍어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고대의 한 작가가 제시한 삶에 대한 교훈에 해당된다. 그런데 영어 단어 'sex'의 어원을 찾아보니 공교롭게도 그 신화에서 양성체 인간을 둘로 갈랐다는 동사형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초창기 'sex'의 의미는 남녀가 둘로 갈라졌다는 뜻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의미가 시대의 흐름에 함께 변해 왔는데, 이를 이해하려면 왜 사람들이 성행위를 시도하는가의 근본 이유를 알아야 한다.
2) 성적 상호작용 기능
사람들은 왜 성행위를 시도하는가? 이를 단순히 본능이라고만 답한다면, 성적 본능을 별다른 제약 없이 발산하고 살아가는 동물과 인간은 구분되지 않는다. 성적 본능을 무조건 발산하고 살아가는 상황에서는 일부 힘이 센 자들만이 욕구를 충족하고 살아갈 수 있지만, 힘이 없는 대다수는 생존의 위협 때문에 욕구를 억제하고 살아야 한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인간은 본능의 욕구를 적절히 억제했기 때문에 만인에게 공평할 수 있었고, 또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고 종족을 보존시키기 위해 성욕을 발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두가지 기능을 모두 강조하기보다도 그중 하나에 더 비중을 두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 것에 비중을 두는 지는 문화마다 다르다. 종족보존을 우선시하는 문화도 있고, 쾌락 추구를 더 우선하는 문화도 있다. 어느 기능을 더 우선하는가의 기준은 고정된 것이기 보다는 시대에 따라서 변한다고 할 수 있다. 먼 과거에는 종족보존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우세했지만, 현재는 쾌락 추구를 우선하는 문화도 많이 전파되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1800년대보다는 1970년대가, 1970년대보다는 2000년대가, 또 2000년대보다는 2020년대가 쾌락 추구 등 더 자유로운 기준에 의해 성욕을 발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욕을 발산하는 기준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역사적으로 쾌락추구를 탐닉했던 시대나 문화는 여러 차례, 여러 곳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14세기 유럽의 기독교 문화권이었다. 14세기 기독교 문화권인 프랑스에서는 쾌락추구에 빠진 일부 기독교인들의 생활은 기독교 이념에 위반되는 타락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에 기독교 지도자들은 신의 명령을 무시하고 타락의 길로 접어든 이유를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는데, 그 해결책으로 영국의 위클리프를 비롯한 종교 개혁가들은 그동안 희랍어나 히브리어로만 전해 온 기독교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여 보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언어의 상대성으로 인해 원문의 뜻을 그대로 살리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유럽의 각 지역마다 단어들의 쓰임새나 상대적인 중요성, 의미가 모두 달랐기 때문에 성경 전반을 번역하는데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 예로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보면, 성욕이 쾌락추구에 맞추어 발산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신이 내린 벌이 주어지는데, 장기간 비를 퍼부어 타락한 인간의 세상을 멸하기 전에 신은 노아에게 큰 배를 지어 식솔들과 동물들을 암수 한 마리씩 피신시키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번역 과정에서 암컷이나 수컷을 의미하는 영문 단어가 없어 어려움이 생겼다. 그러다가 동사형 'sex'라는 단어를 차용했으며, 그 후로 'sex'는 암수나 남녀를 의미하는 명사형 단어로 발전하게 되었다. 즉, 섹스가 사람이 태어날 때 원래 한 몸이었던 상태에서 남녀 어느 쪽으로 태어났는가의 성별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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