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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행동의 기저

by 재커리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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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동물들의 교미 행위는 주로 생물학적 요인으로만 설명이 가능할 정도로 단순하여 예측이 비교적 쉬운 반면, 인간의 성 행동은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고 있어 설명과 예측이 모두 어렵다. 즉, 인간의 성 행동은 생물학적 요인 이외에도 사회문화적 요인들에 의해서 좌우되고 있으며, 또 개인의 경험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인간의 성 행동에 대하여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가장 기본적인 관심사는 그 두 가지 요인의 상대적 중요성이다. 어느 과학자도 그중 한 가지에 의해 사람의 성욕이 결정된다고 주장하지 못할 정도로 그 두 가지 요소는 모두 중요하다. 인간의 성행동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한 지난 20세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구자들의 또 다른 관심사는 성행동이나 성적 태도에서 성차를 밝히는 것이었다. 대다수 문화권에서 과거로부터 성차에 대한 믿음이 존재해왔는데, 실제로 성욕을 비롯하여 성적 환상의 내용이나 빈도, 성적 자극에 대한 성적 흥분 수준 등에서 성차가 보고되고 있다.

 

1) 성적 관심에 따른 성차

성적자극에 반응하는 양식이 긍정 또는 부정적으로 발달하는 것은 아동기나 청소년기의 경험에 따라 조건화된 결과이다. 이 성적 자극에 반응하는 양식이 긍정적으로 발달한 사람들은 자위행위나 성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나 만족도가 더 높으며, 성행위 파트너 수도 더 많고, 임신 중에도 성적 관심이 더 높다. 반면, 부정적으로 발달시킨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엄격하게 제한받았거나 성을 불결하고 옳지 못한 것으로 배웠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부정적으로 발달했다. 또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남녀 차의 일반성을 밝혀낸 수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남성은 물리적 쾌락을 중요시하는 반면, 여성은 정서적 애착관계가 수반되지 않는 성교는 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 남성은 성교를 통하여 성적 긴장을 해소하는 반면, 여성은 정서적 친근감을 높인다. 한편, 남아가 여아보다 성적 쾌락 추구에 더 관심이 있다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부는 생물학적 요인, 다른 것은 사회적 요인, 또 다른 것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첫째, 생물학적 차원에서 외부생식기의 크기 차를 들 수 있다. 여아의 음핵보다 남아의 성기가 더 크다. 유아들은 자신의 손을 이용하여 신체의 여러 부분에 대한 탐색을 시도하는데, 남아는 어린 시절부터 성기 부분을 만지면서 쾌락이라는 정적 강화를 더 많이 받는다. 남아는 일반적으로 생후 6~7개월부터 성기를 만지는 놀이를 시작하는데 이는 여아보다 4개월 정도 빠른 것이다. 성기 자극에서 정적 강화를 얻는 남아는 자위행위를 여아보다 더 어린 시절에 시작한다. 자라서도 마찬가지인데 보통 남아는 10~12세 사이에, 여아는 남아보다 약 2, 3년 늦게 성적 자극이나 흥분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청소년기에 보이는 성차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준이나 생식기 구조의 해부학적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 남아의 발기에 비해 여아는 음핵의 발기나 질의 윤활작용이 눈에 두드러지지 않아서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둘째, 사회적 요인을 들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자신의 성기를 탐색하는 행동을 발견하면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여아가 그런 행동을 했을 떄에는 남아보다 더 쉽게 처벌을 한다. 남아는 해부학적 구조상 자신의 생식기를 잡고 소변을 본다. 그러한 이유로 부모들은 남아가 성기를 만지고 노는 행위를 다소 묵인하고 있으며 그 결과 남아는 자극에 대한 성적 반응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여아가 성기를 만질 경우에는 용납하지 않는다. 여아의 행위가 성적이라고 판단되면 부모들은 아이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여아는 남아에 비해 성에 대한 감각을 발달시키지 못한다. 이처럼 사회에 존재하는 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 때문에 여아는 상춘기에 접어들어서도 성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초경을 맞이한 여아는 쾌락보다도 혐오감을 경험하게 된다. 또 남아는 첫 성교에서 약간 당황하더라도 쾌감을 경험하는 반면, 여아는 첫 성교에서 쾌감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성에 대한 죄의식을 연구한 보고서들에 의하면, 거의 대부분 남성보다도 여성의 죄의식이 더 높다. 그렇다면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죄의식이나 불안에 더 민감하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아들보다도 딸에게 더 제한적인 교육을 시켰기 때문이다. 여아들은 자기 자극 행동을 억제하며, 또 그런 행동으로부터 죄의식을 보다 강하게 느낀다. 그러한 이유로 남성이 성에 대하여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관심도 더 높다. 그러나 실험실 연구에서는 색정적인 자료에 대한 생리학적 반응의 성차를 보이지 않았다. 단지 남성의 발기는 눈에 쉽게 띄는 반면 여성의 윤활작용은 쉽게 감지되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생리적 변화를 무시하고 성적 흥분을 과소평가해 버린다.

2) 감각자극에 따른 성적 흥분의 성차

성적관심이나 흥분을 유발하는 자극들은 정서 및 물리적 자극들로 구분될 수 있다. 정서적 자극 중 부드러움이나 사랑의 감정, 상대에 대한 신뢰감, 안정감 등을 통해서 성경험의 질이 고양된다. 불안이나 분노와 같은 부정적 정서상태에서 경험하는 성 행동은 전자와 질적으로 다르다. 물리적 자극이란 감각기관을 통해서 전달된 자극을 말하는데, 특히 인간의 성욕은 시각이나 청각, 촉각 등의 자극에 의하여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자극들은 모두 뇌와 척수에 전달되어 성적 흥분이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과거로부터 남성들의 성욕은 시각자극에 의하여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왔다. 10대 후반이나 20대의 남성들은 직접적인 시각 자극이 아니더라도 기억 내용을 토대로 성욕을 환기시킨다. 그렇지만 30대를 지난 대부분의 기혼 남성들은 선명한 시각 자극을 받아야 성욕이 환기된다. 결혼생활에서 부인은 남편에게 가장 빈번한 시각 자극에 해당될 정도로 중요하지만, 남편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시각 자극에 대한 반복적 노출로 인해 그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버릴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남편은 아내로부터의 시각 자극이 자신의 성욕을 환기시키기에는 너무 진부하다고 느끼게 되면서 결혼생활의 권태를 맛본다. 그러나 습관화에 의해 생리적이고 심리적인 흥분도가 감소하더라도 새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에는 민감도가 다시 살아난다. 

그렇다면 여성들의 성욕은 어떠한 자극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가? 남성에 비해 여성은 시각보다도 청각이나 촉각 등을 수반한 정서자극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남녀 간의 차이 때문에 성교 직전 남성은 방을 밝게 하려고 하는 반면, 여성은 방을 어둡게 하려고 한다. 남성이 밝은 빛을 원하는 것은 시각 자극에 의한 흥분을 느끼기 때문이며, 또 여성은 어두운 빛을 원하는 것은 수치심 때문일지도 모르나 무엇보다도 촉각을 비롯한 정서 자극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성적 관심이나 흥분은 남성으로부터 받은 언어나 비언어적 자극에 의해 결정되지만, 여성은 남성과는 달리 그러한 자극들에 대해서 습관화 현상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자극이 지속되지 않을 경우 성욕이나 성적 관심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청각자극을 제시하더라도 어떠한 정서상태인가에 따라서 여성에게는 그 효과가 달라진다. 한 실험에서 심신이 건강한 젊은 여성을 상대로 청각자극을 주고 성적 흥분의 강도를 생리적으로 측정하였다.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 조건에서 청각자극은 여성에게 성적 흥분을 일으켰지만, 불안을 조작한 상황에서는 청각자극을 제시해도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했다.

혹자는 남성은 시각자극, 여성은 청각자극에 더 민감하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주장한다. 시각 자극은 예전부터 남성들에게 매우 중요한 자극이었지만, 여성들의 경우 과거에 비하여 현대에 접어들수록 시각 자극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감각자극에 대한 민감도의 성차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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